하루의 기대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당신 자신에게 타일러라.
나는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 은혜를 모르는 사람, 건방진 사람, 사기꾼, 시기심 많은 사람, 비사회 적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가볍고 기대에 차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오늘 하루는 얼마나 멋진 일을 만날 것이며, 얼마나 멋진 모험을 하게 될지 기대로 가득 차서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누구나 기대한다.
그러나 로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오현제 중의 한 명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명상록에서 전혀 다른 말을 해주고 있다. 오히려 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다짐해야 할 것은 꿈과 모험이 가득한 세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는 사람, 뭔가 아는 척 훈수 두는 사람, 건방진 사람, 나의 뒤통수를 치려는 사람 등등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황제는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저런 인간들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주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이 뼈 때리는 조언인 것은 그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살면서 사기도 당하지 않을 것이고, 모욕을 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귀찮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일을 당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인간들은 미울 수밖에 없다. 혼 내주고 싶다. 그러나 그런 인간들에게 그대로 갚아 준다는 것은 나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되며, 주변의 시선도 있고, 나의 성격도 있어 마음대로 혼 내키거나 복수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만 타들어 가기도 한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 그대로 당하며 살아야 하는가? 나 혼자 화병을 안고 살아야 하는가? 황제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자.
인간 이해
그들은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와 같이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선의 본질은 아름답고 악의 본질은 추하며, 잘못 을 저지르는 사람의 본성도 단지 같은 피와 같은 근원에 속하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이성과 같은 신성(神性)의 일부를 분유(分有)하고 있으므로 나와 동류(同類)라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나는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해를 입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가 보기에 악을 행하는 이유는 선과 악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고의로 악을 행하는 자는 없다. 자신이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자신이 악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런 행동을 그칠 것이다. 선과 악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황제는 그렇게 인간을 이해하라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같은 인류가 아닌가? 단지 같은 혈족이라서 아니라 영혼을 가지고 있는 존재, 나와 같이 신성의 일부를 소유한 존재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인류라는 같은 종에 속해 있다.
만일 우리 인류에 그러한 악한이 있다는 것은 결국 나도 그중의 일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나를 위해서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희한하게 그러한 점을 인정하면 그런 악한들의 행동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진다. 결국 나도 같은 인간이고 같은 일을 언제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해하면 나쁜 일을 당해도 남들보다는 덜 상처를 입게 되고 그 경지가 깊어지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철학자라 불릴만한 것이리라.
거기에서 황제가 말하는 인류애가 시작된다. 그의 말을 계속 경청해 보자.
진정한 인류애
때문에 아무도 나를 추악한 일에 끌어들일 수 없고, 또한 나는 나의 동류에게 화를 내거나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들은 발처럼, 손처럼, 눈꺼풀처럼, 윗니와 아랫니처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서로 불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연에 어긋나는 짓이다. 상호 간에 불리한 행동이란 화를 내고 외면하는 일이다.
그의 말을 보라. 그런 악한 이들을 '나의 동류'라고 말하고 있다. 동류라는 의식이 있는 한 누구를 원망하거나 거부하지는 않게 된다. 그래서 그는 내가 보기에 악한이라 해도 그는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고 한다.
황제로서 누구보다도 더 위험한 일을 당하고 모함을 경계하고 뒤통수치는 인간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황제는 인류애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행동으로 인해 그와 결별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야 말로 좋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류애가 아닐까?
팍스 로마나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그러한 인류애의 기초가 없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정신이 없이 정복지를 다스리기는 힘들 것이다. 억누르기만 하면 반발이 계속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그런 정치적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스토아 철학으로 단련된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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