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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아침에 좋은 글

by 잡학상식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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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기대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당신 자신에게 타일러라.

나는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 은혜를 모르는 사람, 건방진 사람, 사기꾼, 시기심 많은 사람, 비사회 적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가볍고 기대에 차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오늘 하루는 얼마나 멋진 일을 만날 것이며, 얼마나 멋진 모험을 하게 될지 기대로 가득 차서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누구나 기대한다.

 

그러나 로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오현제 중의 한 명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명상록에서 전혀 다른 말을 해주고 있다. 오히려 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다짐해야 할 것은 꿈과 모험이 가득한 세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는 사람, 뭔가 아는 척 훈수 두는 사람, 건방진 사람, 나의 뒤통수를 치려는 사람 등등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황제는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저런 인간들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주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이 뼈 때리는 조언인 것은 그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살면서 사기도 당하지 않을 것이고, 모욕을 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귀찮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일을 당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인간들은 미울 수밖에 없다. 혼 내주고 싶다. 그러나 그런 인간들에게 그대로 갚아 준다는 것은 나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되며, 주변의 시선도 있고, 나의 성격도 있어 마음대로 혼 내키거나 복수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만 타들어 가기도 한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 그대로 당하며 살아야 하는가? 나 혼자 화병을 안고 살아야 하는가? 황제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자.

 

인간 이해

그들은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와 같이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선의 본질은 아름답고 악의 본질은 추하며, 잘못 을 저지르는 사람의 본성도 단지 같은 피와 같은 근원에 속하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이성과 같은 신성(神性)의 일부를 분유(分有)하고 있으므로 나와 동류(同類)라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나는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해를 입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가 보기에 악을 행하는 이유는 선과 악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고의로 악을 행하는 자는 없다. 자신이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자신이 악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런 행동을 그칠 것이다. 선과 악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황제는 그렇게 인간을 이해하라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같은 인류가 아닌가? 단지 같은 혈족이라서 아니라 영혼을 가지고 있는 존재, 나와 같이 신성의 일부를 소유한 존재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인류라는 같은 종에 속해 있다.

 

만일 우리 인류에 그러한 악한이 있다는 것은 결국 나도 그중의 일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나를 위해서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희한하게 그러한 점을 인정하면 그런 악한들의 행동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진다. 결국 나도 같은 인간이고 같은 일을 언제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해하면 나쁜 일을 당해도 남들보다는 덜 상처를 입게 되고 그 경지가 깊어지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철학자라 불릴만한 것이리라.

 

거기에서 황제가 말하는 인류애가 시작된다. 그의 말을 계속 경청해 보자.

 

진정한 인류애

때문에 아무도 나를 추악한 일에 끌어들일 수 없고, 또한 나는 나의 동류에게 화를 내거나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들은 발처럼, 손처럼, 눈꺼풀처럼, 윗니와 아랫니처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서로 불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연에 어긋나는 짓이다. 상호 간에 불리한 행동이란 화를 내고 외면하는 일이다.

 

그의 말을 보라. 그런 악한 이들을 '나의 동류'라고 말하고 있다. 동류라는 의식이 있는 한 누구를 원망하거나 거부하지는 않게 된다. 그래서 그는 내가 보기에 악한이라 해도 그는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고 한다.

 

황제로서 누구보다도 더 위험한 일을 당하고 모함을 경계하고 뒤통수치는 인간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황제는 인류애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행동으로 인해 그와 결별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야 말로 좋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류애가 아닐까?

 

팍스 로마나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그러한 인류애의 기초가 없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정신이 없이 정복지를 다스리기는 힘들 것이다. 억누르기만 하면 반발이 계속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그런 정치적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스토아 철학으로 단련된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명상록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명상록』은 영어, 라틴어, 그리스어에 능통한 박문재 번역가가 심혈을 기울여 꼼꼼히 번역한 그리스어 원전 완역판이다. 여기에 독자들을 위해 번역 과정에서 알게된 지식을 바탕으로 번역가의 상세한 해제를 수록하였고, 또한 아우렐리우스가 많은 영향을 받은 에픽테토스의 ‘명언집’을 부록으로 담아 이 불멸의 고전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플라톤이 꿈꾸던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은 전쟁을 수행하고 통치하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논증적인 글과 경구가 번갈아 나타난다. 그에게 자신의 내면은 외적인 그 어떤 것도 침범할 수 없는 “요새”였다. 따라서 명상록은 우리가 그의 요새의 광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을 자기 나름대로 변형시킨 것을 근간으로 삼아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던 아주 민감한 도전들이자 인류 전체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힘을 발견하기 위해서, 자신의 핵심적인 신념들과 가치들을 짤막하면서도 강렬하고 흔히 힘 있는 성찰들을 통해 정확하게 표현해내려고 애쓴다. 그 도전들은, 그에게 다가오고 있던 죽음을 어떤 식으로 맞아야 하는가 하는 것,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정당화해 주는 논리를 발견하는 것, 자연 세계 속에서 도덕적인 교훈을 찾아내는 것 등이었다. 명상록은 오랜 세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전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 사상은 마르쿠스 자신의 것이긴 하지만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스토아 철학이고,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지만, 일부는 플라톤주의에 가까웠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영원의 관점에서 성찰한 마르쿠스의 이 저작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도전과 격려와 위로를 주는 영속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출판
현대지성
출판일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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